Friday, March 8, 2013

텃밭농사를 지어보려구요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먹거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주말농장 붐이 일었구요.

저는 사실 먹거리 안전이 걱정되어서 시작한 건 아닙니다.
처음엔, 한국 마트에서 시들시들하고 얼마 되지도 않는 깻잎을 2불 주고 사먹으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면 끓일때 딱 두어장만 있어도 충분한데, 그때마다 차로 20분거리에 있는 한국마트에 갈 수도 없었구요. 아 이럴때 베란다에 깨 한그루만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아쉬운 딱 두어장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어렸을 적 시골 할머니집 기억이 납니다.
할머니는 밭농사를 지으셨는데, 들깨는 (우리가 먹는 깻잎은 들깨가 자라서 나온 식물의 잎에요) 그냥 밭두렁에 거름 하나 주지 않고 잡초처럼 자라있었지요. 그래서, 들깨는 별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잘 자라는 식물임을 알고 있었어요. 

이렇게 한두개가 아쉽고, 한국마트에서 싱싱한 걸 싸게 구하기 힘든 들깨, 그리고 쑥갓, 이 두가지를, 사각형 화분에 뿌려 거실 창문 밑에 두고 키운게 시작입니다. 물론 생각만큼 쉽진 않았어요. 아무리 기다려도 싹이 나오지 않으니 뭐가 잘못된건가 한참 고민하고 - 이건 사실 아직도 그래요 ㅎㅎ - 아무래도 땅이 아니라 화분에서 시작하다보니 간격을 넓게 주지 못해서 지들끼리 치여 잘 자라지 못하는 경우도 많구요. 또 좋다는거 다 해주는데 뭔가 이상한 결과가.. 예를 들어, 커피찌꺼기를 주면 좋다는데 곰팡이가 허옇게 쓸었죠, 쌀뜨물 주면 좋다는데 그 후로 벌레가 얼마나 많이 생기던지.. 물론 그땐 그게 쌀뜨물때문인지도 몰랐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몰랐죠. 지금도 아마 모르는 것 투성이일거에요. 쌀뜨물의 벌레는, 최근에서야 그 이유를 알았거든요 (지금 실험중).

미국서 처음 정착했던 곳은 시카고, 겨울이 길고 춥고 눈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어요. 그러다 햇볕 짱짱한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사 왔습니다. 드디어 내 안에 숨겨져있던 ㅎㅎ 농부의 열정을 꽃피워볼 환경을 만난거죠. (물론 시카고에서도 가드닝 하는 사람들은 잘 합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학교 community garden 의 plot을 하나 분양받았습니다. 제 plot은 4' * 8', 계산해보니까 한평이 채 안되는 넓이더군요. 그래도 이게 어디랍니까. 손바닥만해도, 제 맘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땅이 생긴건데요!

그런데 이것도 또 처음이다보니 실수 투성이 입니다. 이제 겨우 2개월 됐는데, 벌써부터 '다음엔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리스트가 잔뜩 쌓여갑니다. 너무 계획성이 없던 것이지요. 하지만 제가 뭘 해봤어야 계획을 하던가 말던가 할 거 아닙니까. 못하고 엉망인건, 당연한겁니다. 중요한 건, 제가 올해 이것저것 해보면서 데이터를 얻고, 또 그 데이터로 다음번에 더 나은 농사를 지어보고 해야한다는거죠. 못하고 엉망일수록, 꼼꼼히 기록해서 다음번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해요. 전공 살려 실험정신이 발동한겁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또 그 결과가 어떤지, 어떤 식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그런 걸 적어두면 다음번에 도움이 될테니까요. 원예관련 한국사이트들도 많지만, 기후가 달라서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미국사이트들도 있지만, 여긴 한국작물들에 관한 데이터가 없죠. 이 블로그가, 저 자신을 비롯하여 텍사스 지역에서 가드닝에 관심있는 한국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