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13, 2013

햇볕이 중요해요

제가 농사짓고 있는 땅은, 햇볕이 잘 들지 않습니다.
제 plot 바로 옆에는 퇴비를 만들고 쌓아두는 곳이 있구요,
그 너머로는 옆집에서 심어둔 큰 나무들이 있는데, 이 나무들이 있는 방향이 남쪽입니다. 특히나 제 plot 바로옆까지 가지가 넘어와있어요.

처음엔, '그래, 여긴 텍사스이고, 더운 곳이니까, 그늘이 있으면 식물들도 말라서 타죽는일이 덜할테고, 내가 일하기도 편하겠지'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허나 왠걸, 씨앗을 뿌려놓은지 한달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애들이 태반입니다. 그리고 싹이 나왔다 해도 자라는게 너무 느려요. 특히, 다른 plot과 비교하면 속이 쓰립니다.
저보다 일주일 먼저 씨앗을 뿌린 plot에 아루굴라(arugula)가 있는데, 제 plot의 아루굴라랑 비교하면 이건 정말.. 화가 날 정도입니다. 제 아루굴라는 언제나 그모양 그대로인데, 다른 plot의 아루굴라는 날이면 날마다 쑥쑥 자라서 사이즈가 달라져있거든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어제는, 원래 제 plot에서 농사짓다가 땡볕의 plot으로 이사간 사람을 만났어요. 그분이 이사가면서, brussel sprouts 한그루랑 케일 2그루, 그리고 막 뿌린 당근 한줄을 두고 갔는데, 그분이 옮겨간 곳의 brussel sprouts는 거의 두배 사이즈가 된 반면, 남겨두고 간 제 plot의 brussel sprouts는 이파리 숫자도 거의 그대로입니다. 사실은, 제가 이 plot을 받은 바로 다음날 우연히 만났는데, 겨울에 아무것도 자라지 않아서 옮기는 거라 하셨거든요. 어제도 말씀하시길, 여름엔 작물이 잘 자란다고 하시긴 하는데.. 저는 여름에만 농사짓고 싶지 않거든요. 그분 말씀으론, 이 밭은 아예 햇볕이 전혀 들지 않는 것 같다고, 본인이 오후 2시에 와봐도 그늘져있더라고 하시더군요.

아.. 정말 고민입니다.
햇볕, 정말 중요한 요인이었던거죠. 기본 중에서도 기본인데, 전 왜 이걸 가볍게 여겼던 걸까요. 실은 제가 밭을 선택할 때, 땡볕에 있는 밭을 고를 수도 있었거든요. 지금은 안되겠지만..
그래도 여름엔 나쁘지 않다니, 올해는 여기서 보낸 후, 좀 더 양지바른 곳으로 옮길 수 있도록 신청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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